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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실험동물, 마우스
귀여운 실험동물, 마우스

수의대를 졸업한 후, 저는 꽤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엔 동물병원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주로 돌보았고, 이후엔 축수산과 수의주사보로 근무하면서 소를 중심으로 한 현장 업무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소 브루셀라 관련 업무를 담당했기에, 살처분, 이동제한 명령, 보상금 지급 같은 다소 무거운 일들이 많았죠. 소독제 포대가 얼마나 무겁던지요. 산에 묻어야 할 때는 그 무거운 포대를 들고 나르는 게 참 힘들었어요. 그때 헬스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그러다 어느 순간, 지금의 실험실 생활로 접어들게 되면서 제 곁엔 마우스(mouse, 생쥐)와 래트(rat, 쥐)가 자리하게 되었고, 이제는 이 작은 녀석들이 제게 가장 익숙하고 또 애정이 가는 동물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쥐가 귀엽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렇답니다. 연구원 초창기, 쥐한테 물려서 피가 뚝뚝 떨어지던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마저도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되었네요.

오늘은 제가 실험실에서 마주한 다양한 동물 모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만성 역류성 식도염, 욕창, 궤양성 대장염, 비만 등 다양한 질환 모델을 유도하며 실험동물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때론 고민하고, 때론 감동받았던 순간들을 조금씩 꺼내볼까 해요.

특히 모델 확립이 어려워 문의를 주시는 학생들과 연구원 분들께도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동물 실험이라는 낯선 세계가 궁금하신 분들께도 “아,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편하게 읽히길 바라며요. 🐁✨

연구를 하다 보면, 질병의 기전이나 약물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동물실험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세포 수준의 실험이나 이론적인 접근만으로는 실제 인체 내 반응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실제적인 반응을 확인하려면 생체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갖춘 실험 모델이 필요한 것이죠.


특히 동물실험은 의학 및 생명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단계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시행되어서는 안 되며, 전 세계적으로 ‘3R 원칙’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Replacement (대체): 가능한 경우 동물 대신 대체 방법(세포, 컴퓨터 모델 등) 사용
  • Reduction (감소): 실험에 필요한 동물 수를 최소화
  • Refinement (개선):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실험 조건 개선

저 역시 이러한 3R 원칙에 따라 윤리를 준수하고, 실험 계획 단계에서부터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의 승인을 받은 후 정식으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연구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책임감 있게 설계하고 수행하는 것 또한 연구자의 중요한 소임이라 생각합니다.

🐭 만성 역류성 식도염 모델

만성 역류성 식도염(Chronic reflux esophagitis CRE) 모델은 급성 역류성 식도염(Acute reflux esophagitis, ARE) 모델과 마찬가지로 수술을 통해 유도되지만, 유발 방법에 차이가 있습니다. 급성 모델은 분문부(ligation ridge)를 실크 2-0으로 결찰 하고, 유문부를 완전히 결찰 하여 단기간에 식도 점막 손상을 유도합니다. 반면, 만성 모델에서는 분문부 결찰은 동일하게 시행하고, 유문부에는 비뇨기 카테터(18Fr, 약 2 mm)를 삽입하여 부분적인 폐쇄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로 인해 보다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자극이 식도에 가해지며, 장기간에 걸친 점막 염증 및 손상을 유도합니다. [참고: 역류성 식도염 모델은 쥐를 이용합니다. ]

📝 나의 이야기

2012년, 처음으로 급성 역류성 식도염 모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델의 특징 중 하나는 육안적으로 출혈 소견이 상당히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실험 중 가장 큰 변수는, 십이지장 쪽으로 이어지는 미주신경을 얼마나 세게 결찰하느냐에 따라 역류 유도의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었죠. 실제로 결찰을 너무 강하게 하면 위산의 역류 자극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게 되고,
이런 미세한 차이는 연구자의 손 감각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적 단점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누구나 일관되게 결찰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험 현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힘 조절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로 인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초반에는 마리 수를 더 많이 투입하여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저만 겪는 일이 아니었고, 여러 명의 연구원이 바뀌어도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급성 모델보다는 만성 모델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되었고, 현실적인 질환 양상과도 더 부합된다는 판단에 따라 만성 역류성 식도염 모델 확립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 번에 매끄럽게 진행되진 않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예비 실험을 반복하며 조건을 다듬는 데만 2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만성 모델 확립 초기에 가장 당황스러웠던 경험 중 하나는, 수술이 잘 끝났다고 생각했던 개체가 며칠 뒤 말라서 죽는 경우였습니다. 이건 항생제와 소염제를 사용했기에 염증 때문은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어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사료량을 체크해 보니, 하루 섭취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죠. 즉, 사료를 먹지 못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였습니다. 그제야 떠올렸습니다.
비뇨기 카테터 삽입 후에는 일정한 적응 시간이 필요하며, 수술 당시 십이지장이 카테터에 너무 타이트하게 밀착되면 장의 연동이 방해될 수 있다는 점을요. 이후부터는 몸무게 150~170g 사이의 개체만 선별하여 주문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죽는 개체는 발생하지 않아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지요. 

그때 나라바이오텍에서 공급받은 쥐들의 위는 정말 예쁘고 일관되게 위모양이 잘 나왔는데,
어느 날 업체 사정으로 더 이상 공급이 어렵다고 연락이 왔을 땐, 정말 속상했죠.
그만큼 생물적 재료의 일관성이 연구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실감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이때 수의대 시절 열심히 방석을 꿰매던 실력이 발휘되었답니다.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면 쥐들이 가려움을 느껴 뒷발로 나일론 실을 뜯어버리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럴 때 저는 수평봉합법(horizontal mattress suture)을 사용해서, 아무리 뒷발로 긁어도 나일론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 순간, 대학 시절 꿰매던 방석이 떠오르며 혼자 피식 웃기도 했죠.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과거 경험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싶었어요.

그 후, 만성 역류성 식도염 모델을 기반으로 박사 졸업논문까지 완성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온 순간이었죠! 정말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 시행착오 끝에 쌓아온 이 경험들이 앞으로 이 모델을 구축하려는 연구자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욕창 모델

욕창(Pressure ulcer)은 임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로, 학문적으로는 ‘압박손상(Pressure injury)’이라는 표현이 사용됩니다. 실험에서는 네오디뮴 자석(Neodymium magnet)을 사용하여 허혈 15시간, 재관류 9시간의 조건을 통해 피부 및 피하조직에 손상을 유도합니다. 이 과정은 욕창 환자의 조직 괴사 기전을 반영하며, 조직 내 염증 반응, 산화 스트레스, 혈류 손상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 용어 참고: ‘압박손상(Pressure Injury)’이라는 용어는 2016년 미국 National Pressure Ulcer Advisory Panel (NPUAP)에서 공식 발표하며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궤양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아도, 조직 내 손상이 이미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하기 위한 변화였습니다. 기존의 '욕창(Pressure Ulcer)'보다 병태 생리를 더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 나의 이야기

요즘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요양병원이 급격히 늘어났고, 그에 따라 욕창은 대표적인 문제 질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 박사과정 한의사 선생님께서 실제로 임상에서 사용 중인 욕창용 연고와 처방을 가지고,
그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로 본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약한 자석은 실험 도중 쉽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네오디뮴 자석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자석이 너무 강력하다는 점이었죠. 허혈 유도 후 자석을 떼려면 약간의 마취가 필요했지만, 자석을 붙이는 과정에서 마취를 한다면 오히려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붙이는 과정에서는 마취 없이 조심스럽게 보정하여 부착하기로 했습니다.

예비 실험에서는 자석이 너무 강해서 붙이려는 순간 마우스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버리는 해프닝이 있었고,
그 여파로 자극 부위 모양이 조금 비틀리거나, 피부에 흔적이 남는 일도 생기곤 했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원형 자극 부위의 모양이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여러 명의 연구원이 함께 협력하여 본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죠.
욕창 유도 시에는 여러 명의 인력이 필요했지만, 이후 처치 단계에서는 2명의 연구원이 약물 투여와 연고 도포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 궤양성 대장염 모델

궤양성 대장염(UC)은 DSS(Dextran sulfate sodium) 또는 TNBS(2,4,6-trinitrobenzenesulfonic acid)를 이용해 유도하며, 그 방식에 따라 특징이 다릅니다. DSS 모델은 DSS를 마우스의 음수병에 희석해 자유롭게 마시게 하여, 대장 점막에 직접적인 손상을 유도합니다. 반면 TNBS 모델은 직장을 통해 TNBS를 주입하여 면역 반응을 중심으로 염증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DSS 모델에서는 종 특이성(strain specificity)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BALB/c (하얀 생쥐)는 DSS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5~7일 내에 염증이 쉽게 유도되는 반면, C57BL/6 (검은 생쥐)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해 염증 유도에 15일 정도가 소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험 목적에 따라 마우스 계통을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ICR 마우스를 이용한 궤양성 대장염 실험은 흔치 않습니다. 다만, 간혹 ICR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한 논문이 출판된 경우도 있더군요.

📝 나의 이야기

저는 개인적으로 궤양성 대장염 실험을 진행할 때, 결과 데이터 분석에서 일부러 산출하지 않는 지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DAI, Disease Activity Index, 즉 질병 활성도 지수입니다.
물론 많은 논문에서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항목이지만, 저는 이 지표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DAI는 일반적으로 체중 변화, 대변 상태(설사), 혈변 여부 이 세 가지 항목을 점수화하여
실험군과 대조군 간의 염증 정도를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기준입니다.
표준화된 방식이긴 하지만, 저는 실험을 하면서 이 수치가 반드시 진짜 상황을 반영한다고 보지 않게 되었어요.

특히 염증이 너무 잘 유도된 경우, 오히려 DAI 점수는 낮게 나오는 아이러니가 있었습니다.
체중은 급격히 줄어들고, 장 점막은 거의 다 벗겨져 나간 상태인데,
변이 아예 배출되지 않다 보니 설사도, 혈변도 관찰되지 않는 거죠.
즉, 상태는 심각한데 DAI 점수상으로는 오히려 양호하게 나와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이 점이 저에게는 아주 큰 벽이었고, DAI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된 계기였습니다.

또 한 가지, 관찰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부 기관에서는 정해진 시간(예: 1시간)을 정해놓고 관찰을 한다고 하던데,
마우스를 케이지에 보통 3~4마리씩 넣는 상황에서 정확히 어떤 개체가 혈변을 했는지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물론 방법적으로는 1마리씩 분리해서 넣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실험군당 7-8마리를 사용하고, 그 군이 5개만 돼도 35-40 케이지가 필요한 셈이 됩니다. 현실적으로 혼자 쓰는 동물실이 아니라면 케이지 수나 공간, 관리 인력까지 조율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 연구 환경에서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죠. 또 하나, 실험 중에는 항상 같은 연구원이 관찰을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연구원의 사정으로 인해 관찰자가 바뀌게 되면, 그 사람만의 관찰 기준이나 민감도 차이로 인해 결과물에 오차가 생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저는 마우스가 “저 지금 설사합니다~” 하고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건 제가 싼 겁니다” 하고 표시해주는 것도 아닌 이상, 케이지 바닥에 남겨진 혈변이 정확히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체중이 너무 많이 빠져 안락사하게 된 마우스의 대장을 직접 확인해 보았고,
그 과정을 통해 제가 느껴왔던 불확실성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DAI 수치가 실제 질병의 심각도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 판단은 제 연구 소신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판한 논문에서도 DAI 항목을 의도적으로 제외하게 되었습니다.

아… 혹시 제가 너무 초보라서 그런가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제 방식이 저에게는 가장 확실했고, 가장 정직한 결과를 가져다주었습니다.

🐻 비만 모델

비만 모델은 고지방식이(high-fat diet, HFD)를 통해 체중 증가와 대사이상을 유도합니다. 예전에는 45% 고지방식이를 사용하여 7~8주에 걸쳐 유의미한 체중 증가를 관찰했으나, 최근에는 60% 고지방식이가 선호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5~6주 내에 빠르게 비만 유도가 가능해 실험 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가격 차이도 줄어들어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납니다.

📝 나의 이야기

비만 실험은 비교적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습니다.
시판되고 있는 고지방식이(HFD)를 그대로 공급하면 되기 때문에, 실험 준비 자체는 다른 질환 모델에 비해 수월한 편이지요.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고지방 사료는 지방 함량이 많다 보니, 온화한 사육실 환경에서는 쉽게 산패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사료와는 달리 더 자주 교체해 주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고지방식이는 시간이 지나면 굳거나 부스러지는 특성이 있어서,
정확한 섭취량을 기록하고 식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주 교체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처음 실험을 시작했던 2011년에는 정말 매일같이 실험실에 나가서
하루 섭취량을 직접 체크하고, 매일 새 사료로 교체해 주곤 했습니다. 그게 실험기간 2달 동안 매일이었으니까요ㅎㅎ
요즘엔 주말에라도 그렇게 나올 연구원이 2일 간격으로 교체하는 방식이 더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약물 처치 방법도 예전과는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실험기간 내내 매일같이 약물을 경구 투여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었죠.
저 역시 처음에는 매일 실험실에 나와 꼼꼼히 투여하며 실험을 진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논문들을 살펴보면, 주 5회 경구투여’로 변경된 방식이 많이 보입니다.
실험의 효율성과 관리의 현실성을 함께 고려한 트렌드라 볼 수 있겠지요.

물론 약물의 특성이나 투여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요즘은 논문에 주 5일 경구투여(oral administration 5 times/week)”라고 명시한 후 출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혹시 고지방 사료를 처음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해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고지방식이에는 보통 ‘라드(lard)’라는 돼지 지방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이 ‘비프 탈로우(beef tallow)’, 즉 소 지방을 넣은 식이를 사용하기도 해요. 이게 라드보다 훨씬 비싼데, 문제는 성질이 좀 다릅니다.

라드는 딱딱하게 굳어서 마우스가 잘 갈아서 먹는 반면, 비프 탈로우는 치즈처럼 녹으면서 철망에 눌어붙는 특성이 있어서 마우스가 제대로 갈아먹지 못하고, 물컹해진 식이 때문에 먹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건 막상 해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식이 구성성분에 따라 실제 급여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

 

✅ 라드(Lard)와 비프 탈로우(Beef Tallow)의 차이점

    • 🌡️ 녹는점 차이:
      - 라드: 약 30~40℃로 실온에서도 비교적 단단한 형태 유지
      - 비프 탈로우: 약 40~50℃로 사육실 온도나 체온에서 쉽게 녹아내림

    • 🌿 지방산 조성:
      - 라드: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더 높아 부드럽고 잘 부서지는 성질
      - 비프 탈로우: 포화지방산이 많아 단단하지만, 열에 녹을 때 점성이 생김

    • 🧪 실험 적용 시 주의사항:
      - 라드: 마우스가 앞니로 잘 갈아서 먹을 수 있음
      - 비프 탈로우: 철망에 녹아 붙고, 마우스가 섭취하기 어려움

  • ❗ 실험 결과에 미치는 영향:
    - 사료 질감 변화로 섭취량이 줄면 체중 변화 해석에 오차 발생 가능
    - 실험군 간 식이효율 차이 유발 가능성 있음

비만 실험을 진행할 때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보통 4 주령의 생쥐를 사용하게 되는데, 간혹 이 시기의 생쥐가 딱딱한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하면 치아를 갈 수 없어서, 치아가 비정상적으로 자라거나 삐뚤게 발달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문제는 이 치아 문제가 비만 실험에서 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군에서 체중이 적게 늘었길래 "이거 약물 효과인가?" 하고 들여다봤더니,
알고 보니 치아가 비정상이라 사료를 제대로 못 먹어서 살이 빠졌던 경우도 있었죠.

또 하나, 실험식이를 만들 때 한약재나 기타 기능성 소재를 넣어 제조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때는 사료의 향이나 맛, 질감 등의 변화 때문에 생쥐가 먹기를 꺼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체중만으로 해석하지 않고, 반드시 '식이효율(Food Efficiency Ratio)'까지 신경 써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체중 변화의 원인이 단순히 섭취량 때문인지, 혹은 실험물질의 효과 때문인지 구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 식이효율(Food Efficiency Ratio, FER)이란?


식이효율이란, 동물이 섭취한 사료량 대비 몸무게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즉, 식이효율 = 체중 증가량 ÷ 섭취한 사료량으로 계산하며,
이 수치를 통해 섭취한 영양분이 체중으로 얼마나 잘 전환되었는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비만 실험에서는 단순한 체중 변화뿐만 아니라, 식이효율까지 함께 분석해야 약물, 사료, 혹은 기타 요인에 따른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 해당 글은 실제 실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저의 개인적 견해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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